차포 빼고 KIA와의 2차전을 준비한 염경엽 감독. 업계최강 ‘넥벤저스’ 타선도 주춤거리며 집중력을 발휘하지 못하자 번트작전만 무려 다섯번을 시도하며 친구 김기태 감독과 맞섰습니다. 번트보다는 선수들의 집중력을 믿고 통큰(?)야구를 펼치던 염경엽 감독이기에 전날 1-3 패배가 아팠나 봅니다. 기자의 눈을 의심케 한건 경기전 선수단 라인업이 새겨진 전광판이었습니다. 박병호는 지명타자로, 5번 유한준은 아예 라인업에서 빠져있었기때문이었죠. 충분한 휴식이 나은 경기력을 발휘한다는 지론이 워낙 강한 감독이기에 충분히 선택할 만한 옵션이라고 인정이 됩니다. 하지만 전날 힘한번 못써보고 패했고 올시즌 상대전적도 약체로 평가받고 있는 KIA에 6승4패로 크게 앞서지않아 KIA가 힘빼고 상대할 만한 팀은 아니기때문입니다. 혹시 변칙을 통한 반전을 기대한걸까요?
2차전은 3-3으로 12회말 까지 이어졌습니다. KIA는 지명타자로 나선 이홍구의 연타석홈런으로 얻은 3점외에는 이렇다할 득점기회를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지리하게 이어지는 넥센의 찬스는 마무리하는 한방이 아쉬웠습니다.
15안타 7볼넷으로 4득점밖에 하지못한 넥벤저스. 경기후반 꼬인 실타래를 푼 선수는 다름아닌 유한준이었습니다. 초반 리드가 확고했다면 아마 이날 비번으로 하루를 끝냈을 선수입니다. 4할 언저리까지 솟았던 타율은 3할 5푼대로 떨어지며 짐체에 빠져있는 유한준이기에 하루쯤 휴식은 반전의 활력소가 될수도 있었으리라 하지만 염경엽 감독은 결정적인 순간에 그를 대타로 내보냈고 그는 염감독의 기대에 부응했습니다. 카메라톡스와 함께 현장속으로 들어가 보실까요
이름도 생소한 KIA 선발투수 박정수. 투구폼부터 선수들의 타이밍을 뺏는 듯 한 박정수는 넥벤저스 거포들을 당황케했습니다. 5이닝 삼진 7개를 뽑아내며 2실점으로 승리요건을 갖춘 박정수는 앳된 얼굴에 크지않은 몸집이었습니다. 박정수에게 삼진 두개에 외야플라이를 기록한 박병호가 기대되는 물건이라고 할 정도입니다.
3회 1점 5회 2점홈런을 터트리며 역전타를 터트린 이홍구가 동료들의 축하에 미소가 번집니다.본업이 포수지만 7번 지명타자로 나서 피어밴드를 두번이나 두들긴 이홍구가 승리의 주역이 되는 듯 한 경기 초반 분위기였습니다.
5회말 2사 1,3루 위기에서 넥센 4번타자 박병호를 삼진으로 처리하자 서재응이 머리를 쓰다듬으며 축하하고 있는 장면입니다. 이제 그가 간절히 바라는건 리드를 끝까지 지켜주는 것이겠죠?
이날 경기중 카메라톡스에게 가장 인상적인 장면입니다.
몇일간 타격세가 주춤한 박병호는 이날 경기에서 무려 삼진을 4개나 당했습니다. 고의사구가 하나 있었지만 나머지 하나도 플라이아웃이었습니다.
사진은 7회말 1사 1,3루 찬스에서 삼진을 당하고 들어오는 박병호에게 박수를 치며 응원하고 있는 염경엽 감독과 이강철 코치의 모습입니다. 부진한 선수들에게 감독이 해줄수 있는 최선은 이런 장면이 아닐까 싶습니다. 쉽지않은 장면이죠.
카메라를 되돌리면......
‘먼산~~~’
사실 염 감독도 처음에는 이런 모습이었습니다. 그냥 외면하는게 선수에 대한 배려라고 생각했다가.......마음을 급히 바꿨습니다.
3-2로 끌려가던 넥센은 8회말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또다시 기회가 찾아옵니다. 사실 6회 선두타자가 출루하며 매이닝 기회가 찾아왔었죠.
선두타자 윤석민의 행운의 안타가 KIA에겐 어두운 그림자로 다가왔습니다.
교체투입된 2루수 최용규 글러브에 빨려들어가는듯 하다 빠져나오며 선두타자를 출루시키는 KIA. 염경엽 감독은 바로 대주자 유재신을 교체투입하며 짜내기에 들어갑니다.
유재신은 박헌도타석 초구에 2루를 훔치는데 성공합니다. 하지만 뭔가 꼬인듯 박헌도와 8번 김하성이 동점타를 터트리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고 맙니다.
마운드엔 전날 2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윤석민이 버티고 있습니다.
염경엽 감독 손에 꺼내든 카드는 바로 유한준이었습니다. 하루 푹 쉬는 줄 알았던 유한준도 좀 당황스러웠겠지만 고참으로서 뭔가를 해야할 바로 그 순간입니다.포수 박동원을 대신해 9번타순에 들어갔습니다.
윤석민의 4구를 힘껏 잡아당기는 유한준.
3루수 이범호가 다이빙을 시도해보지만 강한타구는 이미 외야로.....2사 2루의 기회가 이어진 넥센. 한방이면 역전입니다. 이번엔 집중력이 발휘되는듯.....
1번 고종욱이 윤석민의 6구를 좌익수 앞으로 떨어트리며 목동구장을 함성의 도가니로 만들어놓습니다.
◆맏형의 폭풍질주, 부상안당한게 천만다행
그런데 타구가 너무 정직한듯....
유한준은 2루에서 숨도 안쉬고 홈까지 내달리는데.......
누가봐도 이건 아웃이 안될수가 없는 상황....
아찔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마치 그라운드를 팔 기세로 홈플레이트 쪽으로 헤드퍼스트 슬라이딩을 하고 있는 유한준.
아웃이 됐지만 다치지않은게 다행스러울 정도로 위험해 보이는 장면입니다.
포수와 주자가 모두 주심의 얼굴을 쳐다보며 판정을 기다려 보지만 결과는 명백합니다. 공수교대!
이장면을 지벼보던 넥센 배트걸의 걱정스런 모습
배트걸 권안나도 유한준의 위험한 홈슬라이딩에 놀란듯 두손을 모으고 있습니다.
‘아잉~~ 심판 오빠!’
‘한준이 오빠 살려주면 안되요?’
마치 아웃된 유한준을 살려달라는 표정으로 이 장면을 멀리서 지켜보고 있는 배트걸 권안나. 하지만 결과는 절대로 바뀌지 않았고 앞으로도 이런 아쉬운 장면은 12회까지 이어진다는거........
9회말 넥센은 서건창이 포문을 엽니다. 3루수 이범호를 스치는 2루타. 대주자 김민준을 투입하며 다시 승부수를 띄우는 염경엽 감독.
3번 스나이더의 기습적인 번트....
이범호가 타자주자인 스나이더를 잡아내지만 2루주자는 3루에 안착합니다. 큼지막한 외야플라이 한방 혹은 조금 깊은 땅볼이면 득점이 가능한 상황이라 KIA 김기태 감독도 카드를 꺼내듭니다.
고의사구....그것도 두 타자 연속으로
2안타로 감이 살아있는 김민성도 고의사구로 출루하며 1사 만루를 만들어주는 KIA.
‘이제 한방만 나오면 퇴근인데......’
결과는 김기태 감독의 작전이 성공했습니다. 6번 유재신(윤석민 대주자)을 삼진으로 7번 김재현(박헌도 대타)을 플라이로 잡아내며 한숨을 돌렸습니다. 일찌감치 대주자와 대타를 투입하며 타순에 헛점이 많아져 넥센도 꺼내들 카드가 없습니다.
넥센은 10회말 1사후 유한준이 2루타로 고종욱이 고의 사구로 출루하지만 후속 두타자가 모두 범타로 끝내기에 실패하고.....
11회말에도 2사후 유재신이 안타로 출루한 후 2루까지 훔치지만 후속타는 잠잠합니다.
이제 남은건 양팀 모두 한번의 공격기회. 삼자범퇴로 공격기회를 잡지못하던 KIA에선 이범호가 안타로 출루하며 역전을 노립니다.
양팀 모두 타자들을 소진한 상태라 투수 김광수가 타석에 들어서여합니다. 이범호에 이은 내야땅볼로 물러나는 사이 이범호는 2루에 안착한 상황. 김기태 감독의 깜짝쇼가 펼쳐집니다. 대기타석엔 김광수가 있었는데 김기태 감독은 깜짝카드로 스틴슨을 내보냅니다.
아무래도 메이저리그의 경우 투수들도 타석에 들어설 기회가 많아 타격능력이 더 나을것이라 예상을 해봅니다.
‘손승락 볼, 장난이 아닌데!’ 루킹삼진으로 물러나는 스틴슨.
스틴슨은 이어 KIA의 마지막 투수로 마운드까지 오릅니다. 선발투수 스틴슨의 불펜투수 투입이라 쉽지않은 카드를 꺼내든 김기태 감독.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요?
선두타자 김하성 볼넷.
세번째 타석에 들어선 유한준은 3루수 옆을 스치는 타구로 유격수 김민우에게 잡히지만 내야안타로 출루합니다. 유한준의 발도 느린 편이지만 타구도 내야안타가 될만큼 늦었습니다.
무승부로 끝날것 같지 않은 기운이 느껴지는 순간입니다.
◆뼈아픈 스틴슨의 번트수비
1번 고종욱의 번트........스퀴즈가 아닌 희생번트입니다.
스틴슨이 달려가 볼을 잡아내고...
스틴슨의 전력을 다한 송구.....안타깝게도 이 송구가 주자쪽으로 치우쳐 문제를 일으켰습니다.
타자쪽으로 치우친 볼을 잡는 순간 1루로 달려온 고종욱과 부딪히며 팔이 꺾인 최용규. 고통에 볼을 놓치고 그라운드에 쓰러졌습니다. 그 사이 2루주자 김하성은 여유있게......
홈플레이트에 발도장을 꾹~~~4시간 30분짜리 장편드라마가 막을 내리는 순간입니다.
‘저 이대로 그냥 퇴근하실게요!’
그런데 끝내기 득점주자 김하성의 환호성이 들리지 않습니다.
게다가 끝내기 승리를 자축하러 나오던 넥센 선수들도 주춤합니다.
누구보다 펄펄 뛰며 기뻐했을 넥센 배트걸도 차분하기만 합니다.
고종욱과 충돌하며 팔을 다친 최용규때문입니다. 선수들간의 동업자정신이 발휘되어야할 상황이기에 넥센 선수들도 12회말 연장전 끝내기 승리를 마냥 기뻐하며 자축할순 없었습니다.
투수인 김광수를 대신해 타석에 섰던 스틴슨이 결국 패전까지 쓰고 쓸쓸히 그라운드를 나서고 있습니다. 깜짝쇼를 펼쳤던 김기태 감독도 머쓱할 수 밖에 없는 12회 승부처였습니다.
◆이상 사진으로 즐기는 스포츠세상, 카메라톡스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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