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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보는 2002]'복수냐? 수성이냐?' 전차군단과 삼바축구의 2002데자뷰

카메라톡스 2024. 12. 13. 01:49

전차군단과 삼바축구가 9일 브라질월드컵 4강전에서 맞붙습니다. 2002년 결승전 주인공들입니다. 12년만에 다시 만난 독일과 브라질의 재격돌 결과가 어떻게 될지 축구팬들의 관심이 집중돼 있습니다.콜롬비아와의 8강전 브라질의 주포 레이마르의 부상이탈은 큰 아쉬움이 될 것 같습니다. 2002년 독일은 클로제, 올리버 칸이 팀을 결승까지 이끌었고 브라질은 히바우두와 호나우두가 득점왕 경쟁을 벌이며 파죽지세로 결승전에 도달했습니다. ‘다시 보는 2002’ 마지막 순서로 2002한일월드컵의 대미, 삼바축구 브라질과 전차군단 독일의 일전을 리뷰해 봅니다.

브라질 우승의 두 축(득점왕,mvp경쟁까지했던) 히바우두와 호나우두가 월드컵에 뽀뽀를 하는 장면입니다. 외신기자들과 몸싸움을 벌여야 했던 아주 짧은 순간이었는데, 맨 앞에 있던 카메라톡스가 순식간에 뒤로 밀렸던 아찔한 기억이 지금도 생생합니다.

2002 한일 월드컵 결승전은 6월 30일 벌어졌습니다. 한달 간의 2002 한일월드컵 대장정의 피날레를 장식하는 날이었죠. 하루 전인 29일은 서울에서 한국과 터키가 형제의 나라임을 재확인하는 역사적인 날로 세계인을 감격 시켰던 날이었고요. 운 좋게도 2002년 역사적인 순간을 가까이에서 기록할 수 있었다는 걸 평생 나만의 추억으로 남기고 싶기도 합니다. 또 이런 날이 올까요?

우리 태극전사들의 일거수일투족 뿐만아니라 일본에서 벌어진 브라질과 독일의 결승전을 취재할 수 있었던 것은 큰 행운이기도 합니다. 2002년 이전의 월드컵에선 대부분 한국취재진은 한국이 16강에 진출에 실패한 순간 모두 짐을 싸고 한국으로 돌아와야 했지만, 이번 월드컵에선 대부분 한국취재진이 결승전까지 취재한다는 원칙을 세웠었습니다. 아이러니하게도 한국의 16강 진출이 어렵다고 예상하고 저 또한 일본에서 벌어지는 16강전 이후 경기를 취재하기로 결정이 돼있었고요. 근데 이변이 벌어졌죠......16강전 8강전 4강전 .....한국대표팀은 그들이 할수 있는 최고는 아니지만 바로 아래인 4강전까지 올라가는 기적을 이뤄냈죠. 상암에서의 단내나는 선수들의 모습을 잊을 수가 없네요. 많은 사람이 한국이 독일에 진 것은 체력 때문이라고 얘기하더군요. 저 또한 현장을 지켰던 사진기자로서 그들의 모습에서 더는 태극전사들에겐 소진할 에너지가 남아있지
않구나 하는 느낌을 받았었습니다. 인종적인 한계라고 해야 하나요. 히딩크가 월드컵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체력을 최우선 과제로 삼은 것도 되돌아 보면 이해가 되더군요.

카메라톡스는 준결승 대한민국과 터키전을 포기하고 바로 짐을 쌓습니다. 일본 요코하마에서 벌어지는 브라질과 독일의 경기를 취재하기 위해서죠. 한국과 터키경기를 놓친 건 상당히 아쉬운 일이었습니다. 운 좋게도 한국에서 벌어지는 경기를 취재할 땐 한번도 비를 만나지 않아 참 깔끔하게 이어왔었는데 일본에 도착하자마자 비가 내리기 시작하더니 결승전이 벌어지던 30일까지 계속되더군요. 98년 일본에서 있었던 다이너스티컵이 생각나더군요. 이땐 3월1일에 한일전이 벌어져서 그 의미가 컸던 이벤트였는데 취재하던 날마다 눈보라가 쳐서 아주 힘든 시간으로 기억되거든요.
3월이라 봄날을 기대한 게 실수였죠.


아주 단출했던 식전행사. 한국에서 벌어진 개막 이벤트하곤 너무나 차이가 나더군요. 일본은 실용적이라고 해야 할 정도로 식전이벤트가 조촐하니 오히려 취재하는 입장에선 경기에 집중할 수 있어서 좋더군요.


호나우두가 전반전 몇 번의 찬스에서 신의손 칸에게 막히는 장면입니다.

칸의 선방이 이어졌지만....


후반 호나우두의 선제골과 추가골 2-0, 승부는 쉽게 갈렸습니다. 사실 독일은 힘 한 번 써보지 못하고 피파컵을 넘겨주고 말았죠......경기를 마치고 우승세리모니와 스케치.....사진기자들이 너무나 많았습니다. 와중에 한국기자는 저 밖에 보이지 않는 것같더군요. 한국에서 온 몇 안되는 사진기자들은 대부분 마감을 위해서 혹은 관중석쪽의 취재석에서 사진을 찍고 있었죠. 그라운드 취재를 한 카메라톡스는 400MM렌즈까지 포함한 장비들과 카메라 가방, 몸싸움하기엔 최악의 상태였습니다.
그런데 운이 좋게도 우승세리모니가 거의 끝나갈 무렵 제 바로 앞에 브라질우승의 주역인 호나우두와 히바우두가 나타난 겁니다.



이게 웬 떡?
사진 보면 알겠지만, 히바우두가 저한테 윙크하고 있지 않습니까. 예선전을 한국에서 치른 브라질은 울산에 베이스캠프를 차렸는데 푸근한 울산시민의 환대와 응원에 고마워했다고 합니다. 그래서인가요?

한국에서 온 사진기자를 알아본건가요?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둘에게 뭐라고 많이 요구했던 것 같습니다. 물론 주위의 외신기자들도 장난이 아니었죠. 순식간에 제 주위로 사진기자들이 몰려들었습니다.

마침 피파컵을 들고 지나가던 브라질선수가 그들에게 컵을 넘겨주었죠. 그들의 키스장면을 찍기위해서 고함이 오고가고 기자들은 그 장면을 찍기 위해 밀치고 .....

생애 최악의 몸싸움을 경험하는 순간이였습니다. 열도의 내린 비로 흠씬 젖은 몸으로 400mm장비와 카메라 백을 등과 어깨에 지고 중무장한(?) 카메라톡스는 자리는 잘 잡았지만, 순식간에 밀려날 수 밖에 없었습니다.당시만 해도 몸싸움에선 쉽게 밀리지 않는 기잔데 이날은 감당이 안 되더군요. 하늘은 그렇게 호락호락하게 카메라톡스의 특종(?)을 허락하지 않았습니다. 독일전 체력적인 한계를 느낀 대표팀선수들만큼 저 또한 체력과 신체 사이즈의 한계를 느끼면서 몸싸움에 밀렸습니다.한 손으로 카메라를 잡고 뷰파인더 확인도 하지 못하고 마구 셔터를 눌렀는데 역시나 제대로 된 사진은 없었고 치열한 몸싸움의 흔적만 남아있더군요

그럼 이제부터 지난 2002년 월드컵 마지막 경기를 추억해보십시오.

결승전엔 히딩크 감독도 초청이 되었습니다.

여친 엘리자베스 함께 경기를 지켜보는 히딩크의 표정이 쓸쓸해 보입니다. 대한민국과 잊을 수 없는 꿈을 꾸고 온 듯 다소 허탈함이 베어 있습니다.


대단한 열정입니다.

한국에서도 만삭의 몸으로 열심히 브라질을 응원했던 여인인데 일본에선 복부에 브라질 국기까지 그리고 카메라톡스의 눈길을 끌고 있습니다. 이 여인의 아기도 지금은 12살 정도 되었겠군요.


참가국들의 국기를 한데 모아 즐거운 축구를 선사해준 것에 감사함을 전하는 일본인도 인상적입니다.

브라질 축구는 현란한 축구기술만큼 열정적인 응원도 세계축구팬에게 즐거움을 전해줍니다.

경기 전 울려 퍼지는 삼바리듬은 괜히 몸을 가볍게 흔들리게 하더군요.


한국에서 예선을 치른 브라질응원단 중엔 태극기를 들고 응원을 하던 이도 눈에 띕니다.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와중에도 브라질의 삼바응원단의 열기는 대단했었습니다.
경직되어 보이는 독일응원단에 비해 노란 물결을 그리며 마치 축제를 여는 듯한 관중석 분위기는 리오축제를 옮겨놓은 듯했죠.


월드컵주인은 전반전 팽팽한 긴장감과 일진일퇴의 공방속에서 승부를 가리지 못했죠.


경기 초반은 강력한 야신상 후보인 올리버 칸과 선방과 수비에 치중하며 호나우두와 히바우두의 공격을 저지하며 간간이 역습찬스를 노린 독일의 작전이 먹혀드는 듯 했습니다.



전반전 결정적인 단독찬스를 두 번이나 맞았지만 올리버 칸의 수비에 막혔던 호나우두.

하지만 후반전 마의 5골을 넘어 득점왕을 노리는 호나우두의 기세는 아무도 막을 수가 없었습니다.팀 동료 히바우두와 득점왕 경쟁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순간이었죠.

연거푸 두 골을 터트리며 월드컵 새역사를 쓴 호나우두.

월드컵 내내 신경전을 벌였던 스콜라리 감독도 호나우두의 결승골에 두 손을 치켜들고 기쁨을 만끽하고 있습니다.

히바우두 또한 선의의 경쟁자 호나우두에 축하 포옹을.....

팔딱팔딱 개구리 된 호나우두~~~~

그런데 호나우두의 헤어스타일이.....일본 캐릭터를 흉내 낸 건데....뭐죠? 이후 호나우두는 레알에서 브라질리그로 옮기기도 했고 뚱보 호나우두로 축구팬들에 화제가 되기도 했습니다. 뿐만 아니라 히바우두는 우즈벡의 프로팀에서 스콜라리와 한솥밥을 먹고 있기도 했다고 합니다. 몇년 전엔 AFC챔프전 포항스틸러스와의 경기를 위해 내한했다가 눈물을 흘리고 돌아갔다고 합니다.

경기는 그렇게 2-0으로 마무리되었습니다. 누구보다도 이 경기를 아쉬워했던 사람은........?


바로 올리버 칸이었습니다.
눈물을 쏟을 듯한 표정으로 골대에 기대어 자리를 뜨지 못하는 칸.



마지막으로 브라질의 우승 세리머니가 펼쳐집니다.

2002한일월드컵의 창과 방패로 통했던 두인물 칸과 호나우두의 희비가 교차하는 순간입니다.

피파컵을 높이 들고 우승의 기쁨을 만끽하는 호나우두.

세상을 다 가진 듯 합니다.

경쟁자이자 동료인 히바우두도 가만히 있을 수 없죠.

주장 카푸가 블라터 피파 회장으로부터 피파컵을 넘겨받고 전 세계 축구팬들에게 자랑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나 들어볼 수 없는 월드컵의 꿈같은 장면입니다.

월드컵의 맛을 음미하는 카푸.


그리고 히바우두와 호나우두.

과연 월드컵의 맛은 어땠을까요?

한 달간의 대장정이 축구의 달인들이 그렇게 많다는 브라질의 우승으로 끝났습니다. 카메라톡스는 결승전까지 취재하는 행운(?)을 누리며 긴 여정을 마무리했습니다. 위 사진처럼 몽환적인 느낌으로 남아있는 지난 2002년의 추억을 마무리하며, ‘다시보는 2002’를 즐기셨을 독자들도 묻어뒀던 즐거운 추억을 되살리셨으면 하는 작은 바람을 가져봅니다..

◆이상 사진으로 즐기는 스포츠세상, 카메라톡스였습니다.